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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통합하는 것에 관하여

hnhnhun 2023. 5. 24. 02:39

이 글을 기록하는 시점이 좀 더 온전한 모습으로 만들어지는 시작이길 바란다.
 

멍청하다는 것

 
사전에 멍청하다를 검색해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볼 수 있다. 

멍청하다
(기본의미) [(명)이] (사람이나 그 생각, 언행이) 정확하지 않고 어리석다.

[예문] 나는 그 녀석들의 뻔한 속임수에 멍청하게 당하고 말았다.

[다음 어학사전]

멍청하다는 의미는 사전적 의미처럼 사람의 생각이나 언행이 정확하지 않고 어리석은 것을 뜻한다. 사전의 의미는 내가 써 내려갈 멍청함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나의 그림자

 
내가 제일 싫어하는 타인의 모습은 멍청함이다. 멍청한 사람을 볼 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보다는 (나도 아는 건데, 이것도 모르는 사람이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특히 멍청하게 굴어서 사회생활을 잘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울화가 치밀어서 겸상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그 정도로 나는 멍청함을 극도로 싫어한다. 
여기서 중요하게 볼 부분은 '나도 아는 것'이다. 나는 내가 멍청하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수업을 들을 때면 낱낱이 기록했고, 나의 부족함을 숨기기 위해서 손과 발이 엄청난 고생을 했다. 실수를 남기는 것은 나의 오점이었고, 나의 오점은 멍청함을 근거하는 낙인이었다.
누군가는 멍청하면 몸이 고생한다고 말한다. 나는 몸이 고생을 해서라도 멍청함이 유능함으로 둔갑하길 바랐고, 내가 유능한 모습처럼 비치기라도 한다면 그 작은 유능함을 내세워서 그 그늘에 나의 멍청함을 가렸다. 그리고는 멍청함이 심해 깊은 곳에 오랜 기간 동안 잠수하게끔 만들었다.
유능해 보이는 모습과 멍청한 모습은 모두 나의 모습인데, 나는 유능함만 선택하고 싶었다. 나는 나의 그런 모습을 애써 외면했고 내 모습으로 인정하고자 하지 않았다. 혹여나 멍청함이 조금이라도 비치면 세상 누구보다 나의 모습을 힐난했다. 하지만 나의 모습이 이렇게나 어리석을 수가 없다. 밖으로 유능해 보이는 모습만 비치고, 유능해 보이는 듯한 모습에 가려진 나의 부족함은 결코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니 말이다. 마치 SNS를 통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도 상대방의 그늘을 인지하지 못해서가 아닐까. 그늘을 인정하지 않으니 쉽게 현혹되기도 하고, 양면적이기보다는 단면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림자를 통합하기 위해

 
나의 그림자인 멍청한 모습이 타인에게 투영이 되면, 그 사람은 순식간에 나에게 있어서 적이 된다. 그래서 멍청함이 타인에게 투영되는 것 자체가 까무러칠 정도로 놀랄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림자를 통합하는 과정으로 그림자의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는 의식을 추가해야 할 것이다. 그림자에 저항하려는 무의식의 패턴을 인식하게 되었으니, 온전한 나의 모습으로 나아가기 위해 그림자를 애를 써가면서 피하거나 외면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겠고, 타협도 해야겠다. 이기기 위한 싸움보다는 졌지만 잘 싸웠다는 생각이 들도록 행동해야겠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모든 것을 행동하고도 여유가 생긴다면 그림자와의 통합을 다음의 시그널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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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림자의 시그널

 
 
[더 보기] Jung의 분석심리학에서 그림자 인식의 중요성과 그림자 통합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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