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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를 감행하다

hnhnhun 2023. 5. 4. 08:42

가끔씩은 빠르게 가고 싶은 마음 대신 목적지까지 편하게 가고 싶을 때가 있으면 택시를 타곤 한다. 그런데 어제는 출근 시간에 늦은감이 있어서 택시를 탔다. 근데 평소에는 기사님께 고속도로를 통해 가달라는 요청을 꼭 드리는데, 그것보단 시간이 충분했던 터라 그냥 일반 도로를 이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택시가 너무 천천히 이동하는 것을 발견하고는 기사님께 출근을 위해 택시를 탄 목적을 말씀드렸다. 기사님께서는 알겠다고 해주셨다. 하지만 시간대가 시간대인지라 일반 도로에서는 정체가 무조건 발생하는 것을 알게되었다. 게다가 평소에는 볼 수 없던 심각한 정체현상도 경험하게 되었다.

택시를 타고 평소에 이용하던 루트가 아닌 곳에서 정체현상을 보고나니, 출근시간에는 택시를 타고 이 도로를 이용하면 안되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정체되는 일이 늘 있던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다른 기사님들께서도 도로의 막힘를 몇 번 언급하셨던 적이 있었다. 근데 그냥 흘려들어서 기억을 하지 못했다. 막상 겪어보니 생각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사방으로 막혀서 빠져나가지 못할 지경에 이르기 전에 이 도로에서 빠져나가야겠다 싶어서 기사님께 목적지를 급하게 바꿔서 말씀드렸다. 기사님께서도 도로가 막힐 걱정을 하셔서 흔쾌히 제안을 받아주셨고, 바꾼 목적지에 내려주시며 회사에 늦지 않게 도착하셨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해주셨다. 이에 나는 기사님께 안전하게 데려다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을 드렸다.

일정에 없던 일이지만, 기사님의 덕담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퇴사면담지를 작성하게 되었다. 어쩌면 나는 늘 고속도로만 이용했기에 답답하고 황당할 수 밖에 없는 일반도로가 당연히 불편할 수 밖에 없었다. 이용목적이 다른 도로의 특성을 그리고 그 차이를 받아들이기에, 아직 나는 택시 이용횟수가 적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굳이 정체된 그 도로 위에서 초조하게 신호를 기다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퇴사를 감행하게 되었다.

내가 속도를 낼 수 있는 도로(?)를 찾아서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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